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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법률 프리즘]훈육과 아동학대, 어떻게 구분할까사회복지가 좋아/아동학대를 말하다 2019. 7. 19. 15:54
[법률 프리즘]훈육과 아동학대, 어떻게 구분할까
‘무죄를 다툴까, 선처를 호소할까.’ 형사사건 변호인의 최대 고민거리다. 얼마 전 아동학대사건에서도 그랬다. 교실 CCTV 녹화파일을 몇 번이고 돌려봐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20명의 아이들이 뛰고, 노래하고,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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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를 다툴까, 선처를 호소할까.’ 형사사건 변호인의 최대 고민거리다.
얼마 전 아동학대사건에서도 그랬다. 교실 CCTV 녹화파일을 몇 번이고 돌려봐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20명의 아이들이 뛰고, 노래하고, 간식을 먹고, 학습지를 풀고 있었다. 저 조용한 화면(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어린이집 CCTV는 음성녹음을 못한다) 속 보육교사의 행동은 훈육일까, 학대일까. 동료 변호사들, 교육학과와 심리학과 교수님들에게도 의견을 구했지만 좀처럼 확신이 서지 않았다.아동학대 유형에는 성적·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와 유기·방임행위 등이 있는데, 특히 논란이 되는 영역은 정서적 학대행위다. 아동복지법은 정서적 학대행위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해당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동학대 피고인들이 이 법조항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과 2016년에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행위 관련 규정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훈육과는 구별된다. (…)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유형력의 정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피해아동의 연령 및 건강상태, 가해자의 평소 성향이나 행위 당시 태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등에 비추어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관련 판례들에서 발견되는 정서적 학대행위 유형 중에는 정상적인 보육활동 또는 훈육과의 경계선에 놓인 사안들도 적지 않다. 법원은 보육교사가 아동들에게 줄 원아수첩을 교실 바닥이나 아동들 쪽으로 던진 경우, 밥을 먹지 않겠다고 손사래치는 아동의 입속에 숟가락을 강제로 집어넣은 경우, 낮잠을 자지 않고 책을 읽으려고 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아동의 책을 빼앗아 보지 못하게 한 경우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밥 먹기 싫다는 아동의 식판을 치워버리고 20분간 보육교사 옆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한 사례, 친구와 장난감 바구니를 두고 실랑이하는 아동에게 다가가 장난감 바구니를 신경질적으로 빼앗고 종이벽돌 블록을 바닥에 쏟아버린 뒤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10분간 정리하게 한 사례, 베개로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양다리로 피해아동의 다리를 꼼짝 못하게 하고 양팔을 세게 움켜잡아 제한한 상태에서 5분간 야단을 친 사례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아동학대에 관한 아동복지법의 형사처벌 규정은 2000년 초 처음 생겼다. 이후 학대행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의 제정,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아동학대범죄 전과자의 어린이집 취업을 사실상 봉쇄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 등 법·제도가 정비됐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정상적 훈육이고, 어디서부터 정서적 학대행위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하게 세우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은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 시민들이 무엇이 범죄인지 명확히 알 때, 범죄의 예방과 근절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 임주환 법률사무소 종로 변호사·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사회복지가 좋아 > 아동학대를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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