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가 좋아/아동학대를 말하다

[스토리1] 추석 때 만난 아이

solomon.joo 2013. 9. 24. 07:21

추석 때 만난 아이

 

보름달이 가득 찬 추석,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뚜뚜뚜하며 전화기가 울린다. 경찰서에서 들리는 소리는 학대로 인한 상처가 있어 보이는 아이들이

지금 파출소에서 있는데 보호를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바로 택시를 타고 파출소로 향하며 생각해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서에 도착하자 눈에 띄었던 것은 자전거.

담당 경찰은 아이들이 지방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왔다고 한다. 짙은 새벽의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처음 보는 상담원을 낯설어하지는 않았다.

 

영준(가명)이와 석준(가명)이는 아빠가 무서워서 가출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모두 지적장애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겪고 있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들을 때린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말은 하지 못했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술을 많이 마시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를 못하는 상황이고, 아빠는 엄마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느라 심신이 매우 지쳐있어 보였다.

 

영준이와 석준이는 언제부터인지 가출도 잦고, 도벽도 생겨났다. 아빠는 점점 아이들을 양육하기가 힘에 부치고 감당이 되질 않아 시설에도 맡겨보려고 알아봤지만, 아이들을 양육할만한 시설을 찾지는 못했다. 가출과 비행, 장애까지 있으면 아이를 더욱 받아주는 시설이 없다고들 한다.

 

아이들의 가출과 비행. 영준이와 석준이는 가정 안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을 가능성이 컸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대체로 가정 안에서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심할 경우 신체적인 학대나 방임(방치)학대가 발생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부모가 이혼과 재혼을 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것 같았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아이들과 가정에 대해 모든 것을 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건, 아이들은 따뜻한 돌봄을 원했다.

아이들과 부모가 가정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잘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앞으로 더 만나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추석 때 만난 아이.

그 아이의 마음에 보름달처럼 사랑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아동학대예방의 시작은 관심신고!

 

*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긴급전화를 설치하고 24시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할 수 있고 상담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신고자는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전화 1577 - 1391 , 112

 

꼭 기억해주세요^^